어느 날 내가 가입한 보험의 담당 보험설계사로부터 이런 연락이 옵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저 이번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건 보험설계사로서 자신의 상황 변화에 대해 고객에게 알리는 인사이자 영업행위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같은 보험설계사에게서 또 연락이 옵니다.

"이직 기념으로 고객님 보험 한번 점검해드릴게요. 더 좋은 상품으로 정리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 두 번째 연락은 그냥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보험설계사 이직이 보험업계에서 흔한 일이라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이직한 설계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기존 고객에게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오늘은 담당 보험설계사의 이직이 내 보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런 연락이 오는 상황에서 보험계약자가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대응법을 정리해드립니다.


보험설계사가 자주 이직하는 구조적 이유

보험설계사 이직이 잦은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정착지원금입니다. 보험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새 회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인데요. 새로운 환경 적응을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습니다.

올해 1분기 보험설계사 정착지원금 총액이 138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하네요. 1200%룰과 수수료 4년분급, 7년분급제의 시행을 앞두고 규제가 막히기 전에 우수 설계사를 미리 확보하려는 막판 경쟁이 벌어진 결과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고액 정착지원금에 개인 사무공간, 심지어 개인 비서까지 제안하며 설계사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프로야구 FA 시장이 따로 없을 정도였죠. 보험업계 외부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조용한 전쟁이었습니다.


거액 정착지원금 → 실적 압박 → 보험 갈아타기 권유

문제는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이직한 설계사가 그만큼 빠르게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가장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은 당연히 신규 계약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규 계약 창출은 말처럼 쉽지 않으니 기존 고객에게 연락해서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식이겠죠. 신규 실적이 부진하면 사실 엄청난 유혹으로 다가올 거예요.

"고객님 보험 오래됐는데 한번 점검해드릴게요." "요즘 더 좋은 상품이 나왔어요. 갈아타시면 보장도 늘고 보험료도 줄어들 거예요."

그러니 이런 말이 이직 직후에 온다면 한 번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진짜 좋은 조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계사의 실적 압박이 배경에 있다면 내 이익보다 설계사 수수료가 우선인 권유일 수 있습니다.


보험설계사 이직 후 승환요청 연락오면 주의할 점


보험계약자가 꼭 알아야 할 것들

담당 설계사가 이직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가입한 보험계약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보험설계사가 이직해도 보험회사와의 계약은 변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락이 끊기면 보험회사 고객센터에 새 담당자 배정을 요청하세요. 설계사가 이직 후 연락이 끊기더라도 보험회사를 통해 담당자를 재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직한 설계사의 갈아타기 권유, 이렇게 대응하세요

이직한 설계사에게 보험 갈아타기 권유를 받았다면 이것들을 확인하세요.

  • 해지환급금이 얼마인지 숫자로 확인하세요. 오래 유지한 보험일수록 해지하면 손실이 클 수 있습니다. 새 보험으로 갈아타기 전에 반드시 현재 보험의 해지환급금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 새 보험의 면책기간을 꼭 확인하세요. 기존 보험의 면책기간이 이미 지났다면 갈아타는 순간 다시 시작됩니다. 이 사이 기간에 사고라도 난다면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부분입니다. 
  • 절대 결정을 서두르지 마세요. 좋은 조건이라면 며칠 후에도 유효하겠죠. 보험설계사가 가입 유도를 너무 서두른다거나 즉시 결정을 요구한다면 압박 영업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당승환 피해가 의심된다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www.fss.or.kr)에서 민원을 신청하거나 콜센터(☎1332)로 상담받으실 수 있습니다.




보험은 설계사가 아닌 보험회사와의 계약입니다

담당 설계사가 바뀌어도 내 권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정착지원금 경쟁이 과열되고 이직이 잦은 시장 환경에서 보험계약자 스스로 내 보험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은 그 설계사의 선택이지만 내 보험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건 결국 내 몫입니다.